문화유산 답사기_문화재청 당선작

[스크랩] 문화유산답사 후기(계룡산 갑사를 다녀와서)공모작

세네라미 2006. 12. 21. 18:27


야호 오늘은 일요일 정말 신나는 날이다
 
왜냐하면 2주 전부터 아빠와 꼭꼭 약속한 문화유산 탐방 답사를 가기로 한 날 이 바로 오늘...
 
 나는 들뜬 마음에 잠을 설쳐 약간 피곤했지만 오늘 펼쳐질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피곤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아빠를 재촉해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하며 탐방 답사에 필요한 필기도구와 카메라를 챙겨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드디어 출발 오늘 아빠와 내가 답사할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광역시  동구 에서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계룡산  갑사라는 아주 역사가 오래된 사찰 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갑사라는 사찰에 대해 공부를 조금 해놓아 갑사에 대한 기본 정보는 알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다니는 대전 성모초등학교 에서도 여러 번 공주 부여 서울 등에 위치한 우리 선조들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찾아 현장학습을 다녀온 적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가야할 곳에 대하여 준비를 살짝 해두면 훨씬 답사가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아빠는 갑사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길 해주셨는데 그중에서도 아빠가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다는 “갑사 가는 길”이라는 수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수필은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오는 산길 중간부분에 위치한 남매 탑 의 전설에 관하여 쓴 것 이라고 한다. 이야기 에는  스님과 호랑이 경상도 상주에 사는 여인이 등장하는데 이해는 안 되었지만 슬프면서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의 얘길 듣다보니 차는 벌써 갑사 입구에 도착하였다 갑사에서
제일먼저 아빠와 날 반겨준 사람들은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군밤을 팔고 있는 여러 명 의 아줌마 들이었다 아줌마 들이 춥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지만 그보다는 코로 스며드는 군밤냄새가 너무나 구수하고 따뜻하게 느껴져 지금의 이 계절 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였다
 
 입구에서 절까지 올라가는 길옆으로선 아름드리 큰 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져 쓸쓸해 보이지만 그래도 한껏 어깨에 힘을 주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늘어서 솔아 안녕 하며 아빠 와 나를  반겨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받아 조금 올라가다보니 계룡산 갑사라고 한문으로 크게 써진 현판이 있는 일주문에 도착하였다 그곳을 지나서 두 갈래 길이 나타났는데 아빠와 난 직선으로 난 길보다 우측으로 난 길을 택하여 걸음을 옮겼다 어디선가 다다다닥 하는 이상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아빠는 그새의 이름이 딱따구리라고 말씀해 주셨다 딱따구리의 울음소릴 들으며 올라가다보니 커다란 쇠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철 당간지주라 적혀 있었다, 철 당간지주는 절에 행사가 있을 때 당 이라는 깃발을 매달아 두는데 사용하던 것으로서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를 당간 이라 하며, 장대를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당간은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한 것이라고 하며 원래는 28개였으나 고종 30년(1893) 벼락을 맞아 4개가 없어졌다고 한다. 나는 이 철 당간지주를 보며 우리 학교에 있는 국기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철 당간지주는 보물(256호)로 지정되어있다

 

 철 당간을 뒤로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올라 걷다보면 대적전 뜰 앞에서 조그만 부도 탑 하나를 볼 수가 있는데 탑의 밑 부분에는 사자 구름 용 이 깊숙하게 새겨져 있어 마치 살아 움직여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탑의 가운데 부분에는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었으며 전체가 팔각의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갑사 뒤편 계룡산에 쓰러져 있었던 것을 1917년 대적전 앞으로 옮겨 세웠다고 한다. 보물 제(275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적전 을 지나 대웅전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한 모퉁이에서 이끼가 잔뜩 낀 초라한 모습의 3층탑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탑 가운데 공우탑
이라고 한자로 새겨져 있다 이 탑은 절에서 짐을 져 주면 혼자서 암자로 짐을 나르던 영리한 소가 있었는데, 그 소가 늙어 죽으니 승려들이 은공을 기려 세운 것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공우탑 을 통해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잠시 그 소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보았다 이탑은 매우 단순 소박하다

 

 철당간 과 대적전 공우탑 을 지나 한적한길을 걷다보면 드디어 갑사 중심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과 건물들을 접하게 된다. 아빠와 난 약수를 한 모금씩 시원하게 마시고 해탈문 으로 들어갔다 해탈문은 민속촌 에서본 양반집 대문과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문을 지나야 진짜 대웅전경내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해탈문 사이로 계룡갑사라고 한문으로 쓴 큰 사액이 붙어 있는데, 이 글씨는 1887년(고종 24) 충청감사 홍재희 가 쓴 것 이라고 한다.
 
 해탈문 을 지나 대웅전 경내로 들어서면서 내가 생각 했던 것과는 달리 대웅전 건물과 마당이 그리 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약간 실망감이 들기도 하였다  휴일이라 그런지 대웅전 법당 안에는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내가 대웅전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안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금고걸이 라는 문화유산 이었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 들어가 볼 수 없었던 것이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마당도 좁고 사람도 많고 건물들도 오밀조밀 모여 있어 전체적인  느낌은 좀 답답하였다
.      
대웅전의 부속건물인 삼성각도 가보았지만 별다른 느낌을 갖지는 못하였다 삼성각은 칠성·산신·독성의 삼성을 모신 곳 이라는 것과 건물 이름이 삼성각 인 이유는 이들을 모두 불교 밖에서 수용한 신이기 때문에 전이라 하지 않고 각이라 한다는 것 과 칠성은 도교의 북두칠성이 불교화한 것으로 수명장생을 주관하는 별- 산신은 우리 민족 고유의 토속신 으로 호랑이와 더불어 나타나는 만사형통의 신- 독성은 혼자 깨달은 성자-를 말하며 각각의 건물을 따로 지어 삼성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삼성각 안에 같이 있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된 정도였다.
 
 이제 아빠와의 즐거운 주말 답사 여행도 거의 마칠 시간이 되었다. 그냥 지나치기 쉬워 갑사를 방문하면 꼭 챙겨서보아야 한다는 동종이 있는 곳으로 아빠와 난 조금의 피로를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동종은 작고 초라한 곳에 그 모습을 두고 있어 마음이 아팠는데 이 동종의 역사를 알고 나니 더한층 마음이 아파왔다. 원래 이 동종은 종의 명문에 보면, 선조 16년(1583) 여진족 침입으로 하삼도(전라, 충청, 경상) 사찰의 철기를 거두어 병기와 화포를 만드니 갑사 동종도 징발되어서 임금을 축수하는 대 사찰에 종이 없어 모두 탄식하자 이듬해(1584) 다시 주조했다는 기록이 명문에 자세하게 기록되어있다. 갑사 동종은 주조 연대가 확실하고 만든 사연이 명문으로 남아있어 임진왜란 전후 조선 동종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다. 이 귀중한 종이 일제말기 무기 제조에 공출되었다가 해방 후 인천에서 되찾아왔다는 사실이 있다. 갑사 동종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역사 속에서 두 번 잃을 뻔한 사연이다. 산사의 종도 나라의 운명에 따라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 국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값진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오전에 시작한 답사여행이 아빠와 걷고 보고 말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도 지났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던 현장 학습 과는 달리 더 자세하고 가깝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하여 알아보고 체험하니 머리로 얻어지는 지식보다는 마음으로 느껴지는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이 더욱 값지게 와 닿았다

 

 또 한 가지 이번 답사를 통하여 내가 그동안 모르고 있던 많은 나무들의 이름과 여러 가지 새의 울음소리도 새로 알게 되는 큰 수확을 거두었다 나무로는 배롱나무 물푸레나무 산수유 느티나무 채찍나무 등등...  새의 울음소리로는 소쩍새 딱따구리 뻐꾸기 호반새 등등... 자연은 참 아름답고 신비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게 그리고 맑게 하여준다.

 

 갑사에서의 오늘 하루는 그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는  경험이었고 아빠와 함께한 멋진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출처 : 문화유산 답사기
글쓴이 : 디오니소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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